“도시민박 주민동의 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로, 간담회서 제도 개혁 촉구, 정부 해법은?
- “옆집 한 명이 싫다 하면 시작도 못해”.. 도시민박 주민동의, 국회서‘제도 역설’지적
3,000만 관광객 시대를 앞두고 도시민박 주민동의 제도를 둘러싼 규제 혁신 요구가 국회 무대에서 공식 제기됐다. 관광객 수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유숙박 창업 자체를 가로막는 사전 동의 요건을 폐지하는 대신, 실제 발생하는 민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틀을 바꾸자는 취지다.
진종오 국회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과 (사)한국민박업협회는 1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건전한 도시민박 조성을 위한 민원 대응 및 주민 상생방안 간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번 간담회에는 학계, 업계, 실제 운영자, 주민자치위원장까지 각계각층이 참석해 도시민박 제도의 근본적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원대학교 한주형 교수(사단법인 한국관광학회)는 관광 인프라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공유숙박의 전략적 가치를 역설했다.
한 교수는 "2025년 외래 관광객이 역대 최고인 1,894만 명을 기록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9년 3,000만 명 시대에 현재 숙박 시설 공급량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공유숙박이 신규 건축 없이 기존 주거 자원을 활용해 신속하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이며, K-컬처의 정수인 '한국인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고유 관광 자원이자 지역 소멸을 막는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이라는 점에서 공유숙박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한 교수는 현행 주민동의 제도에 대해 "이제는 양질의 숙소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의 시점"이라며, 현행 '사전 통제' 방식을 '선(先)등록-후(後)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호주, 프랑스, 미국(뉴욕·LA) 등 주요국에서도 사전 주민동의가 아닌 시스템적 관리와 사후 책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근거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사)한국민박업협회 정대준 국장은 현장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주민동의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문체부 지침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 주민동의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관리규약상 근거가 전혀 없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에까지 주민동의를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동구·강서구·마포구·성동구·송파구 등 서울 14개 구에서 단독주택에도 주민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으며, 동일한 건물 유형에 대해서도 구청별로 동의 범위 기준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 국장은 현행 주민동의제 대신 '도시민박 자율 관리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사례) 숙소 입구 안내판 의무 설치 및 호스트·협회 연락처 공개 ▲협회 차원의 민원 접수창구 및 즉시 대응 체계 구축 ▲자율 분쟁조정기구 설치를 통한 민원 다발 숙소 단계별 관리 ▲지자체별로 상이한 기준을 통일하는 등록 실무 매뉴얼 마련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성북동에서 실제 공유숙박을 운영 중인 표공자 씨는 지역 소상공인과 연대해 투숙객에게 지역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상생은 운영을 시작한 뒤에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표 씨는 "주민동의는 사전 허가의 요건이 아니라 사후적인 운영 평가의 요소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공유숙박을 운영했으며 현재 재창업을 준비 중인 김동현 씨는 "아파트에서 주민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담당 구청 직원으로부터 '관할 1년간 아파트로 영업신고증을 취득한 사례가 단 1건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 "도시민박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유숙박의 '민간 외교적' 가치도 강조했다. "투숙객이 근처 맛집이나 지역 행사를 물어보면 직접 코스를 짜서 안내해 드리고, 한국 드라마에서 봤다며 치킨 배달을 먹어보고 싶다는 외국인 게스트와 함께 치킨을 시켜 먹으며 문화를 나눴던 경험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교류야말로 어떤 관광 홍보보다 강력한 민간 외교이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기억을 심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를 공동 주최한 진종오 의원은 “오늘 논의를 통해 도시민박 문제의 핵심은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주민동의 제도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주민동의 개선이 가장 먼저 정책적으로 실행에 옮겨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내판 부착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호스트의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된다면 직통번호 대신 안심번호 체계로 대체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심도 있게 협의해 하나씩 실질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문체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광 인프라 문제는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결된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제도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업계의 자율 관리 체계 구축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병행될 때 진정한 주민 상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별첨 간담회 현장 사진 첨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