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일 사안 아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음 주 초 국회 본회의부터 주요 쟁점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법리 왜곡을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왜곡죄’ 법안,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안,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추가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법안 등 이른바 ‘사법 3법’이 포함돼 있다. 야당과 대법원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들은 사법 제도 골간을 바꾸는 내용이어서 졸속 추진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 왜곡죄만 해도 법리 왜곡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권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검사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오죽했으면 친여 성향 참여연대까지 남용 위험성을 경고했겠나.
재판소원제로 사실상 ‘4심제’가 되면 재판 당사자들이 ‘소송 지옥’에 빠질 수 있다. 지금도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사건이 연간 2500건이고 평균 처리 기간은 2년에 달한다. 여기에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연간 1만5000건이 추가로 헌재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력으로는 감당 불가능하다. 현재 헌재가 맡고 있는 사건 처리까지 지연될 수 있다.
대법관 증원도 마찬가지다. 대법관을 12명 더 늘리면 중견 판사 100여 명을 재판연구관으로 대법원에 파견해야 한다. 사실상 대형 지방법원 1개가 없어지게 돼 가뜩이나 심각한 하급심 판결 지연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돼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도 대법관을 12명 증원한 뒤 전부 자기 수하들로 채워 독재 국가로 전락했다.
추진 과정도 졸속에 가깝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했다. 특히 재판소원법은 지난 11일 갑자기 법사위 소위에 상정해 불과 1시간 논의 후 의결했고 같은 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 근간인 사법 시스템을 바꾸려면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인다면 심각한 부작용과 국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진정 사법 개혁을 원한다면 이제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