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변 (회장 .이재원)은 조선일보 칼럼을 스크랩 하여 자료 배포
[김대중 칼럼] 한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질 수 있는가?
사법부를 향한 공격과
선출 권력이 위라는 해석은
‘잠재적 독재’를 닮아간다
좌파의 장기집권을
대한민국이 용납할까
국민의 선택으로 해결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날 임명식에서 조 대법원장은 “헌법 정신을 되새겨 의연한 자세로 오직

검찰청 폐지, 방송통신위 폐지, 대통령실 예산 장악,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요구, 국회 법사위 독주, 내란 특검, 자주국방론…. 이재명 정권 출범 4개월 동안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대형 변화들을 보면서 미국 하버드 대학 두 정치학 교수가 트럼프 1기 출범 후(2018년) 펴낸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새삼 들여다봤다. “민주주의는 쿠데타가 아닌 또 다른 형태, 즉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는 것을 주제로 한 책이다. 이 책은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敵)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을 민주주의 붕괴 조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이렇게 지적했다. “선출된 독재자는 심판을 포획하고 정적(政敵)을 매수하거나 무력화하고 게임의 법칙을 바꿈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한다(여기서 심판은 사법부를 의미한다). 한 가지 중요한 아이러니는 민주주의 수호가 때로는 민주주의 전복의 명분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잠재적 독재자는 자신의 반민주적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 위기, 자연재해, 특히 전쟁과 폭동, 테러와 같은 안보 위협을 구실로 삼는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유독 크게 우려하는 것은 사법부(대법원)에 대한 현 정권의 집요한 공격이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국민의) 선출 권력인 입법부 밑에 있다는 상하(上下)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선출 권력(즉 대통령이나 여당)에 종속적이라는 전대미문의 해석을 들고나온 것이다. 그 이유를 이 책은 이렇게 분석한다. “잠재적 독재자는 심판을 매수한다. (중략)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사로 사법부를 채우고 법 집행기관의 힘을 무력화함으로써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력을 휘두른다.”
이 책에 의하면 “대부분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선거는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야당 정치인은 여전히 의회에서 활동한다. 신문도 그대로 발행된다. 독재자의 시도는 종종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부패와의 전쟁, 민주주의 의식 개선, 국가 안보 강화와 같은 시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력으로 비춰진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 두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고 비판하며 쓴 것이지만 지금 트럼프 2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 책의 내용은 놀랍게도 트럼프와 이데올로기 면에서 좌우로 대칭적인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좌파 정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어찌 보면 이재명 정권의 스타일은 트럼프 정권과 닮은 점이 많다. 지향하는 점은 다르겠지만 그것을 추구해 들어가는 방식, 정치적 상대방을 가차 없이 무릎 꿇리는 방식, 대법원을 다루는 솜씨, 임기 후 자신에 대한 그 어떤 법적 소추 가능성도 차단하는 철저함, 외교 면에서 적과 동지를 뒤섞는 애매함, 그런 것들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李)쪽에서 백악관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 면에서 앞에 언급한 민주주의 붕괴에 관한 지적들이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끄는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의 외교적 자만심과 공명심을 잘 이용해 대북 유화정책에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다. 미국 내 애틀랜타 현대 공장의 기술자들이 ‘불법 체류’로 쇠사슬에 묶이고 3500억달러 요구로 한국인의 감정이 크게 상한 타이밍을 이용해 자주국방을 내세워 미국에의 종속으로부터 탈피할 것을 거론한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 증권거래소 방문 연설에서 “북한과의 협상의 역량과 의지를 가진 사람은 당신이 유일하다”고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이런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은 이른바 동맹파와 친북파의 중간쯤에 양다리를 걸치고 사태 여하에 따라 양쪽에 무게를 안배하는 듯한 게임을 당분간 계속할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잠재적 독재자’인지는 좌우 진영에서 보는 시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정부가 취하고 있고 또 가고 있는 ‘방향’은 언제든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임기가 끝나면 물러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 붕괴론에서 거론되는 나라들은 대부분 한 사람에 의한 장기 집권 체제다. 대한민국이 이제 한 사람에 의한 장기 집권 체제로 가는 길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권에서 벌어지는 이 ‘잠재적 독재’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좌파의 장기 집권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는 결국 국민의 선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