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개혁 토론회…"자치경찰 권한 실질화해야"
5일(목) 임호선 의원 등 '경찰개혁 대토론회' 주최
현행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만 구분
조직은 분리되지 않아 자치경찰의 독자적 조직과 인력 부재
자치경찰위원회 권한 실질화해 국가경찰과 이원화할 필요
지구대·파출소의 자경위 관장, 경감 이하 임용권 확보 등 제언
임 의원 "자치·분권이 균형을 이루도록 실천적 해법 마련해야"
자치경찰제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직·인사·권한을 강화해 국가경찰과 점진적 이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목)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임호선·신정훈·서영교·이해식·황운하·이상식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경찰개혁 대토론회'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적 자치경찰제는 제도의 취지를 구현하는데 적잖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해 경찰사무 중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경비 등의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제도다.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은 합의제 행정기구인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맡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시행됐으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사무만 분리한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황 교수는 "현재 유일한 자치경찰 조직은 사실상 전국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뿐"이라며 국가경찰과 구분되는 자치경찰 사무는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수행할 독자적인 조직·인력이 없고, 경찰청-시도경찰청-경찰서-지구대·파출소로 이어지는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고 있어 자치경찰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완전한 자치경찰제로 '자치경찰 중심'의 이원적 모델을 제시했다. 경찰의 사무를 지역적으로 분담·수행하기 위해 시도에 설치된 시도경찰청을 자치경찰화하는 것이다. 그는 다만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사법시스템이 안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요구될 수 있다"며 자치경찰의 역할·권한의 실질화를 통해 점진적 이원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에 자치경찰사무를 신설할 것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관장하도록 할 것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경감 이하 경찰공무원에 대해 자치경찰위원회의 임용권(승진·전보·징계 등)을 담보할 것 ▲경찰청의 관련 기능(생활안전교통국·범죄예방대응국 등)을 축소 재편하고, 그에 따른 조직·인력을 치안현장에 재배치할 것 ▲자치경찰제의 실질화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할 것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1991년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합의제 심의·의결 기관이다. 치안 정책 심의·의결,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 등을 행사하지만 법적 지위와 권한 부족으로 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확보에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국가경찰사무를 총괄하는 최상위 기관으로 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국가경찰위원회가 인사 운영, 예산 편성, 법령 제안, 국무회의 안건 제출 등 핵심적 행정권한을 갖기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확히 법적 지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개혁 방안도 제시됐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개혁이 현실화된다면 국수본의 위상은 한층 강화되고 경찰 수사권은 막강해질 것"이라며 "경찰 수사 권한이 양적·질적으로 확대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책임성과 투명성 기반의 수사혁신 실현 ▲디지털·첨단 환경에 부합하는 수사역량 고도화 ▲자치·분권형 수사체계로의 전환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임호선 의원은 "책임성과 투명성, 과학수사 역량, 자치·분권이 균형을 이룰 때 경찰은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이번 논의가 그 변화를 이끌 실천적 해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