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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 대학 기숙사 인권실태 첫 조사… 공동생활 가이드라인 만든다

재학생 7천 명 이상 대학 기숙사 28곳, 공공기숙사 2곳 등 총 30곳 실태조사


(교통문화신문) 서울시가 ‘인권’ 관점에서 대학생 기숙사의 운영 실태조사를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와 인권침해 경험 설문조사, 이해관계자 대상 심층면접조사를 병행했다.

저렴하고 접근성과 치안이 좋은 장점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혜택처럼 여겨지고 있는 만큼 이용 대학생들의 만족도도 전반적으로 높았다. 다만, 여전히 기숙사생을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격체보다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규칙이 존재하고,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운 일률적 주거환경은 장애인 등이 생활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입소생들이 따라야 할 규정에 해당하는 기숙사 사칙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숙사에서 출입통제시간(24시~05시 또는 01시~06시)을 규정에 명시하고 있었다. 여학생에게만 출입제한시간을 적용하거나 미준수시 학부형에게 출입전산자료를 송부한다는 내용을 규정에 담은 기숙사도 있었다.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이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되어있는 등 자의적인 규정도 존재했다.

입소생들은 ‘기숙사 출입.외박 통제’(26.5%)와 ‘과도한 벌점제도’(13.2%)를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로 꼽았다.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서는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22.2%)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평균 9%)에 비해 더 심각하게 여겨 살아온 문화적 환경에 따른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안)’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인권, 자율성,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 ‘사생활 존중’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원칙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셰어하우스 같은 공동생활이 주거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서울시는 이 가이드라인(안)을 서울시와 연계된 공동생활 주거공간에서 자체 규율을 정할 때 참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재학생 7천 명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교 기숙사 28곳과 공공기숙사 2곳 등 총 3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①기숙사 사칙 전수조사 ②입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경험 설문조사 ③대학생, 기숙사 행정 담당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태조사는 서울특별시 인권기본조례(제7조 4항)에 따라 서울시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자문을 통해 민관거버넌스 형태로 과제를 확정했으며, 실태조사는 연구용역(희망제작소)을 통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진행되었다.

첫째,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는 기숙사 출입통제, 외박 관리, 점호 및 점검, 강제퇴사 기준, 벌점 기준 등 총 26개 항목에 대해 이뤄졌다. 그 결과 다른 규정보다 벌점 규정이 더 상세하고 엄격하게 명시되어 있는 등 함께 거주하는데 필요한 규율이라기보다는 기숙사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박 사전신청, 기숙사 출입 규제, 1회 위반만으로 퇴사 가능 등의 규정들이 명시되어 있는 기숙사들이 다수였다. 같은 기숙사생의 벌점 행위를 신고하면 상점을 주거나 객실 내 위반 행위에 대해 룸메이트를 동반 퇴사시키는 조항도 있어 상호감시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주 1회 혹은 월 1회 공지 후 정기점검을 하거나 불시 점검, 점호, 인원 점검 등이 여전히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는 곳들이 다수였다. 관내 생활과 무관한 단체행동, 음모나 모의한 경우 퇴사 조치가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칙들도 일부 발견됐다.

일부 기숙사의 경우 ‘복장 불량’, ‘관리자에 대한 무례한 행동’ 등이 벌점 기준으로, ‘단체 생활 부적응자’,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이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으로 되어 있는 등 실제 운영에 적용될 경우 자의적인 규정들도 많았다.

둘째, 인권침해 경험 설문조사는 28개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 592명(남 260명, 여 332명)을 대상으로 생활 만족도 ,인권현황 인식 ,자치회 및 기숙사 운영 참여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기숙사 생활 만족도는 높은 편이나 출입통제, 벌점제도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현황과 관련해서 기숙사생들은 ‘기숙사 출입 및 외박 통제(26.5%)’와 ‘과도한 벌점제도 운영(13.2%)’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여대 기숙사생이 남녀공학보다 높은 비율로 ‘출입 및 외박 통제’(여대 36.1% 공학 24.3%)와 ‘벌점제도’(여대 18.7%, 공학 12.0%)를 인권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시점검 같은 사생활 침해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졸업한 학생들(22.2%)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평균 9%)보다, 민자 기숙사 거주생들(14%)이 공공 기숙사 거주생들(6.7%)보다 높게 응답, 성장 배경과 기숙사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심층면접조사는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 기숙사생, 인권 관련 동아리 학생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기숙사 생활 만족도와 주거권, 차별경험 등 인권문제 인식, 자치회 및 기숙사 운영 참여 등에 대해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기숙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온 것에 대한 배경으로 학교 측이 요구하는 기숙사 생활 조건에 비판적인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 기숙사를 제외한 대학생 주거 조건이 워낙 열악한 점 등이 제시됐다.

또,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점, 신입생과 우선선발 등에 대한 높은 배정비율로 학생들 스스로도 1년 이상 거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은 점 등 때문에 기숙사 생활에 불만이 있어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응답됐다.

학교 측은 안전을 위해 출입이나 외박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출입시간을 어기게 돼 벌점을 받느니 차라리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다고 답해 오히려 학생들이 방치되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숙사 관계자와 학생 모두 차별을 당하거나 목격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답변한 반면, 피해 당사자들은 상당한 불편함과 부당함을 토로했다. 이는 획일적인 주거 환경 속에서 소수자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 또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향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안)’은 이번 실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시가 관련 부서, 청년 주거 전문가, 대학 행정직원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올 연말까지 수립하여 관련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의 규율은 서로 논의해서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대원칙 아래, 이 가이드라인을 기숙사 등 공동생활 주거공간에서 규율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동주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거권의 질적인 개선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서울시가 인권친화적 공동주거 문화를 선도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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