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신건설을 도와 주려고 했던 거야 처음에는 돈을 빌
명신건설을 도와 주려고 했던 거야 처음에는 돈을 빌려주었어 그러다가 그쪽에서 상환 능력도 없는데다가 부채가 더 쌓이니까 경영을 맡게 된 거지내가 듣기로는 그게 아닌데김명철은 이제까지 그녀에게 말을 가리고 해본 적이 없다내가 알기로는 명신이 자금 압박이 심하니까 사채를 빌려 주면서 목줄을 쥔 거야 명신은 꼼짝하지 못하고 손을 들어 버렸어 난 모른다김명화는 다리 한쪽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매끈한 다리가 드러났다그런 일엔 관심없어어쨌든 대단한 사람이야 이제 김명화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군김명철이 싱글거리며 말을 돌렸다그러고 있는 것이 썩 잘 어울려 분위기에 맞는단 말이야자식이그러면서도 김명화는 싫지 않았다참 이집트에 간다면서 언제 가는 거야1주일 후에교수들과 함께 여행 준비를 하느라고 요즘은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방학 중인데도 매일 학교에 나가 자료를 모으고 코스를 검토해 왔다한세웅에게는 사흘 전에 여행 계획을 알려 주었으므로 이집트에 가면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그럼 이 집은 비게 되나집 안을 둘러보며 그가 물었다경란일 데리고 며칠만이라도 이 집을 빌려쓰면 안될까미친 녀석 쓸데없는 소리 마젠장 펄쩍 뛰는군그냥 던져본 말이었는지 김명철은 말을 잇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그는 어머니에게 로즈호텔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털어놓을 것이다 김명화는 웃음 띤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바라고 있는 일이었다방문이 열리더니 하늘색의 말쑥한 제복을 입은 20대의 여자가 드러섰다 갈색 윤기가 흐르는 피부의 동남아 계통의 여자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저녁을 먹고 가 여기 온 김에김명화가 말하자 그는 머리를 끄덕였다당연하지 그런데 누구야 외국 여자인데가정부야 필리핀 여자고이쁘구만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힐끗거렸다얘 체신 떨어져김명화가 쏘아붙이자제기랄 언제부터 체신은 경란이보다 낫구만내일 모레 결혼할사이인 제 애인을 어느덧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다음날 김명화는 아홉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일요일이었고 특별한 약속도 없었으므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 안의 공기는 알맞게 조절이 되어 있었고 침대는 편안했다 흰색 커튼 사이로 창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