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노상원 수첩’ 관련 발언에 대한
우원식 국회의장 본회의 발언
다음 안건 상정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모든 국회의원들께서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참 아쉽습니다. 지난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었습니다. 각 교섭단체가 어떤 비전과 정책, 다짐으로 정기국회에 임했는지를 국민께 보고하는 기회인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곳 국회 본회의장은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고 공동체를 규율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공간입니다. 정치 현실이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국민의 대표입니다. 당장은 상대방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는 것 같아도 서로에 대한 비난과 아유, 집단적 고성은 결국, 국민의 상처, 국민의 마음을 찌르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장, 그리고 여야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죽임을 당할 뻔했던 그 일이 성공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아직 한마디 해명조차 없습니다. 급기야 같은 당 최고위원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이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차마 믿을 수 없을 만큼, 참담합니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 그 존재만으로도 국민들 가슴을 쓸어내렸던, 그 참혹한 내용을 두고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입니까. 상대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아니라 망동입니다. 국민 상식과 헌법으로부터의 일탈입니다.
만약 국회가 그 당시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5.18 광주가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 참담했던 국민 살상행위, 민주주의 침탈 행위, 기억나지 않습니까.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국회를 침탈하고,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정치적 상대방을 폭력으로 제거하려는 내란에 찬동한다는 의미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의장은 국회의 대표로서, 또한, 그 무도한 계획에 의해서 살상당할지도 몰랐던 피해자로서 이 사태를 매우 중대하게 인식합니다. 발언 당사자께서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민 앞에 사죄하기 바랍니다.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 사과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