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발전비는 정당의 '쌈짓돈'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결제 권한의 성형평성 확보 등
근본적인 시스템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한다.
오늘 《주간경향》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2대 국회 정당별 여성정치발전비 회계내역’(2024~2025년·중앙당)을 전수조사한 결과, 거대 정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운용 실태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정치발전비는 남성 중심의 정당정치 구조를 개선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목적성 공적 재원이다. 「정치자금법」 제28조 제2항이 정당 국고보조금의 10% 이상을 여성정치 발전에 사용하도록 한 것 역시 여성 정치인의 발굴·육성과 성평등 정책 개발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여성 정치인 육성이라는 목적사업보다 인건비 등 당의 경상적 운영에 예산이 우회 집행되고,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해외 출장비 지출 및 연말 몰아쓰기 등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파행이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인건비 편중과 목적 외 집행 행태가 두드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건비 지출 상한제(50%)를 도입했지만, 지출 비율만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여성정치발전비를 누가 편성하고, 누가 집행을 결정하며, 누가 결제·승인하는가에 있다.
성별 불균형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정치발전비의 사용처가 결정되는 한, 법정 비율 적용은 형식적인 숫자 맞추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인 만큼, 이를 다루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부터 성평등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성정치발전비의 목적 외·경상비 집행을 명확히 제한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예산의 편성·집행·결제·승인 전 과정에 성별 균형이 보장되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세부 집행내역과 사업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적정 집행에 대한 환수 및 감액 등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여성정치발전비가 신진 여성 정치인의 발굴·육성과 실질적인 정치 참여, 공천 확대에 직접 연결되도록 운용체계를 전면 정비해야 한다.
여성정치발전비는 정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여유 예산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재원이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 이상 ‘10% 이상 사용했는가’라는 수치적 기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가 결정하고, 어디에 사용하며, 그 결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실제로 확대되었는지를 엄정히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정치발전비가 정당의 경상비를 충당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성평등한 정치와 여성의 실질적인 정치 참여를 견인하는 공적 재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26년 8월 1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